어렸을땐 안락함이 인생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아무 것도 저지르지 않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시절엔 술 한모금도, 집 동네를 벗어난 어느 곳도 스스로 가본 적이 없었으며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보수적 시선에서 어긋날 듯 하거나 엄마의 걱정을 불러일으킬 어떤 행동도 해볼 엄두를 못 내던 아이였다. 한마디로 도전과 모험은 안락함을 깨뜨리는 두려운 시도이며, 그런걸 하는 사람들은 거칠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되는 특별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인생은 벤처'라는 모토를 마음에 심고 산다.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이젠 삶의 풍랑을 어느새 조금은 즐길만큼이 돼버렸다.
오고갔던 삶의 지진들은 하나같이 다 내가 선택한 일들이었는데, 얼마전 혼자 내 삶의 중간정산을 해보며 '그 때 그러지 말걸 그랬나..?' 몇번을 물어봤는데 대답은 '아니다' 였다. 이유는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저지르지 않고 안락하게 살아온 지인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대로 내가 세상을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삶의 갈림길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안락하게 그냥 쭈욱 가는 길과 울퉁불퉁 끝이 잘 보이지 않지만 모험심을 자극하고 살짝 살짝 흥분의 파문을 던져주는 좁은 길.. 이미 맛을 본 난 샛길을 선택할 것이다.
저지르는 자가 그래도 내 안에서 거두어들이는 수확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체험했으므로.
그리고 그렇게해야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나를 내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